카테고리 없음
2018년 4월 24일 오전 09:02
염경수
2018. 4. 24. 09:03
생(生)의 배후
김명서
달이 태양을 삼키는 날 첫울음을 터뜨렸다
그날, 그 시각에 태어난 사람의 사주팔자는
살(煞)이 끼었다고
타고난 살(煞)을 퇴치하려면
천 년에 한 번 우는 가릉빈가 깃털을 문설주에 걸어야 한다고
가장 길고 눈부신 것으로
눈앞에 알 수 없는 징후가 나타나도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운명은 반품이나 교환 불가라고?
운명을 넘어서는 길은 내 안에 있으리라
원은희
달이 태양을 삼키는 개기일식에 시인은 태어났다.
예로부터 개기일식은 하늘이 노해서 일어나는 것으로 여겼다. 그러니까 그날 태어나는 사람의 사주팔자는 살이 낄밖에.
타고난 살을 퇴치하려면 가장 길고 눈부신 가릉빈가의 깃털을 문설주에 걸어야 한다고 시인은 말한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등장한 가릉빈가는 히말라야 설산에서 태어난 불사조이다. 사람의 머리와 새의 몸을 가진 가릉빈가는 천년을 살다가 불을 피워놓고 곡을 연주하고 춤을 추며 주위를 돌다 불 속으로 뛰어든다. 가릉빈가는 불에 타서 사라졌다가 잿더미 속에서 다시 알로 부활한다.
사람이 타고난 운명은 반품이나 교환이 안 된다고 하지만, 우리는 운명을 넘어서는 길을 자신 안에서 찾아야 한다. 그래야만 가릉빈가처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우리들의 노래가 불릴 것이다.
죽일 살(煞)이 아닌 영원히 살 노래가.
박미산 시인·서울디지털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