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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인 참부모의 삶

염경수 2017. 5. 11. 16:28


천지인 참부모의 삶

(세계일보, '김진춘의 종교과학 에세이' 칼럼, 매주 토요일, 2015.5.16)

사람들은 ‘천지인’(天地人, 하늘·땅·인간)을 좋아한다. 천지인은 생활 구석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 책, 컴퓨터, 휴대전화, 식당, 건강, 의료, 생활용품, 공공기관, 시, 드라마, 록그룹, 건설회사, 농장, 작명에 천지인이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북이나 전통문양에는 천지인을 도형화한 삼태극(三太極)이 있다. 그럼 이러한 보편화의 시사점과 천지인의 참 뜻은 무엇인가.

천지인은 한민족의 최고(最古) 경전인 ‘천부경’(天符經)에 소개된다. 천부경의 기원은 고조선 혹은 그 이전으로 올라가는데, 81자로 된 천부경에는 천지인이 3회나 반복된다. 고조선은 천지인 사상을 펼쳐 이상국가를 건설하고자 했다. 고대 한민족의 3대 경전 중 하나인 삼일신고(三一神誥)는 천지인을 구체적으로 해설한다. 세종대왕은 천지인 3재(才) 곧 하늘(·), 땅(ㅡ), 인간(ㅣ)에 의해 한글을 창제했다. 음절의 중심인 모음(어머니음)에 천지인 사상이 배어있다는 것은 한글의 심오함을 함축한다. 대종교는 천지인이 담긴 천부경을 경전으로 하며, 천도교의 경전에도 천지인이 명시돼 있다. 증산도와 단학선원에서도 천지인은 중심적 가르침이다.

천·지·인은 존재세계를 구성하는 기본요소로서 통일·조화돼 있다. 하늘은 만유의 근원·기원이고, 땅은 우주만물이며, 인간은 하늘과 땅을 연결·매개하는 화동의 중심체·매개체·중화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인간이 중요한데, 천부경에서는 이를 앙명인중천지일(昻明人中天地一)로 표현한다. 천지 중에 으뜸이며 천지와 합일된 사람을 우러러 비추라는 의미이다. 천지인 정치인, 천지인 경영인, 천지인 사업가, 천지인 과학자, 천지인 예술인이 필요하다. 천지인 생활, 천지인 인생관, 천지인 세계관, 천지인 우주관도 정착돼야 한다.

인간이 미완성 상태에 있으면 천지인도 미완성이다. 인간이 천지법도·천지이치·천지조화를 위반할 때 하늘과 땅은 고통을 받는다. 반면 인간이 완성적 품격·가치를 가지고 살면 천지인은 완성적 경지에 이른다. 하나님은 완성적인 천지인 인간을 통해 당신의 실존·성품·존재모습, 창조 목적·법칙·이상, 슬픔·고통·섭리를 온전히 드러낸다. 이러한 인간은 하나님의 성품을 온전히 닮은 하나님의 자녀·몸·형상·성전·실체로서 신인합일(神人合一)의 경지에 이른다. 또한 동물·식물·무생물 등 우주만물을 사랑하고 아끼며 그들과 대화하고 공명·합일된다.

이러한 인간은 자녀·형제·부부·부모의 참심정과 참사랑을 골고루 갖춘 참부모다. 곧 완성적인 천지인 이상을 갖춘 천지인 참부모가 된다. 천부경의 인중천지일(人中天地一) 이상을 이룬 참인간이다. 천지인 참부모는 천지인 참스승과 천지인 참주인의 역할도 한다. 그러기에 천지인 참부모가 세상에 정착하는 것은 인류의 구심점·중심·모델이 세워지는 중대사이다.

한민족의 출현과 함께 면면히 이어온 천지인이 모든 영역에서 꽃피우고 열매 맺어 가고 있다. 한민족에게 특별히 축복한 본연의 천지인으로 돌아가라는 메시지를 곱씹게 한다. 천지인의 참인간상인 천지인 참부모를 음미하게 한다. 천지인 참부모를 중심한 삶을 살라는 메아리가 울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