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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염경수 2018. 9. 17.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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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도박중독도 정신장애

술 등 물질중독과 공통된 특징 / 뇌의 질병차원서 이해·치료해

중독이라고 하면 흔히 술이나 담배, 마약과 같은 특정 물질을 섭취한 결과로 생기는 증상을 것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도박이나 게임과 같은 행위로도 중독이 될 수 있음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 개정된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에 도박장애가 중독과 관련된 장애 편에 새롭게 등재됐다. 이것은 알코올 등 물질 섭취가 아닌 도박과 같은 행위도 중독과 관련된 정신장애 중 하나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술, 담배, 약물 등으로 인한 물질중독의 경우에는 섭취한 물질이 뇌에 직접적으로 작용해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특히 과도한 음주는 뇌세포에 영향을 미쳐 판단력이나 조절력, 집행능력과 같은 뇌의 기능을 손상시킨다. 이러한 음주가 장기간 지속된 경우 뇌의 기능뿐만 아니라 뇌의 구조에도 영향을 미쳐 ‘알코올성 치매’를 유발하기도 한다. 그러나 도박중독 역시 중독행위가 반복되고 결국은 조절력을 상실한다는 점에서 물질중독과 공통된 특징을 갖는다.

강지언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제주센터 운영위원장

더불어 점점 더 많은 돈을 걸게 되거나 더 많은 시간을 빠져 있게 하는 내성 현상, 도박을 못하게 되는 상황에서 보이는 불안, 초조, 우울 증상과 신체적 불편감과 같은 금단 증상이 반복된다는 점에서 물질중독과 같은 임상 양상을 보인다.

최근 뇌와 관련된 연구를 통해 도박중독자의 뇌에서 작용하는 메커니즘과 물질중독자의 뇌에서 보이는 현상의 유사함이 발견됐다. 특히 도박중독자도 물질중독자와 유사하게 쾌감과 관련된 뇌의 보상회로가 과도하게 활성화되고, 충동조절과 관련된 뇌의 영역은 비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도박중독도 뇌의 기능과 밀접한 관련을 지닌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러한 연구결과들은 결국 도박중독이 개인의 도덕성이나 의지의 문제라기보다는 뇌의 기능과 관련된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더불어 도박중독을 의지 부족이나 비도덕성으로 비난하기보다는 뇌 질병의 차원에서 이해하고 치료적 접근을 통해 도박 행동을 조절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이처럼 도박중독을 뇌의 메커니즘에서 이해하고자 할 때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할 점은 뇌가 충분히 성숙하기 전 단계에 있는 청소년들의 도박문제다. 스마트폰이나 모바일게임 등에 익숙한 청소년들이 불법 스포츠 도박에 빠져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진료 현장에서 흔히 만나게 된다. 도박에 접촉하는 연령이 낮을수록 뇌의 기능 저하도 심해질 수 있으며, 성인이 되었을 때 도박중독자가 될 가능성이 더 클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병적 도박자의 약 70%가 20세 이전에 도박을 시작했다고 한다. 어린 시기에 중독 상황에 노출될수록 결과적으로 도박문제의 심각성은 커지고 치료적 예후도 좋지 않다. 청소년들의 스포츠 도박 중독에 경각심이 필요한 이유다.

강지언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제주센터 운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