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상식
“골프 무작정 쳤다간 골병… 근력운동 병행해야 부상 예방”
염경수
2021. 11. 8. 10:11
“골프 무작정 쳤다간 골병… 근력운동 병행해야 부상 예방”
입력 : 2021-11-08 05:00:00 수정 : 2021-11-07 21:01:09
중앙대병원 재활의학과 서경묵 교수
실제 만난 선수들 몸 매끈, 단단
중간무게의 웨이트 빠르게 하길
어설픈 프로스윙 흉내 오히려 독
부상자 10명 중 6명이 연습중 부상
욕심 버리고 체력에 맞춰 연습해야
즐겁게 오랫동안 골프 즐기려면
하체 튼튼히… 등산 등 함께 해주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골프 자체는 정말 좋은 운동이죠. 하지만 철저히 한 방향 운동입니다.
중증도의 부상 위험이 있는 운동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절대로 ‘골프만’ 하면 안 됩니다.
"꼭 지구력, 근력 운동을 같이 해줘야 합니다.”
과거 마니아층의 운동으로 여겨졌던 골프에 젊은층이 대거 유입하면서 ‘대중화’ 바람이 불고 있다.
"골프장은 주중 부킹조차 어렵고, TV에서는 채널마다 골프 예능 프로그램이 나올 정도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붐’에 덩달아 골프 부상자도 늘어나고 있다.
국내 골퍼 수를 600만명 정도로 보고 한 달에 한 번 이상 필드를 나가는
마니아층이 60만명이라고 하면, 이 중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는 골퍼가
30만∼40만명 정도 될 것으로 추정된다.
중앙대병원 재활의학과 서경묵 교수는 이런 골퍼들이 근력 운동과 지구력 운동을
꼭 병행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골프만 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걸 보니 골프를 싫어하는 의사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사실 그는 구력 30년의 ‘싱글’ 골퍼다.
대한골프의학회장과 대한스포츠의학회 이사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서 교수가 다른 운동을 병행할 것을 강조하는 목적 역시 골프를 즐겁게, 그리고 오랫동안 치기 위함이다.
그 역시도 일주일에 3번 정도 웨이트를 하고, 주말이면 산악자전거와 등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이 정도도 부족하다”고 말한다.
골프는 백스윙 동안에 힘을 저장했다가 포워드 스윙 때 그 힘을 사용하는 스포츠다.
스윙 동작은 2초 내외에 불과하지만, 운동하지 않는 골퍼들에게는 클럽 헤드를 빨리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부상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골프채가 공을 타격하는 순간에 손에 전달되는 힘은 1톤가량 된다.
이 충격이 손목과 팔꿈치에 지속적으로 전해지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다른 운동으로 근육을 키우면 둔해진다고 근육운동을 기피하는 경우도 있지만, 타이거 우즈는
최정상 시절 근육량만 14kg 키웠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프로 골퍼를 직접 만나보면 몸이 아주 좋아요. 미스터 코리아처럼 우락부락한 게 아니라 매끈하지만 단단해요.
몸이 좋아지면 부상도 방지하지만 골프 실력도 좋아집니다.
근육질 몸을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니 헤비웨이트보다는 중간 정도 무게의 웨이트로 빠르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까지 서 교수가 만난 골프 부상자는 3000명이 넘는다. 요통, 골프엘보, 손목 통증, 어깨 통증 등이 대표적이다.
부상자 10명 중 6명 정도가 연습하다 부상을 입는 경우다.
싱글이 되겠다는 목표로 연습장에서 쉼 없이 휘두르는 채가 독이 된 것이다. 특히 프로선수 흉내를 내겠다며
백스핀을 위해 땅을 찍어 치는 골퍼라면 손목부상 1순위 환자다.
“우리나라는 연습장에 시간제가 있죠. 그러다 보니 연습장에 가면 한 자세로 계속 볼만 치는 사람들이 많아요.
미국의 경우는 시간 제한 없이 정해진 볼 개수로 치는 시스템이라서 맥주도 한 잔 마시면서 여유롭게 치는데….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성도 영향이 있겠죠.(웃음) 그래도 오래 즐겁게 치려면 1시간에
100개 이하로, 10번 치고 나면 그립 풀고 스트레칭도 해줘야 합니다.”
그가 진료실에서 만난 한 중년 여성의 사례는 무리한 연습은 오히려 골프와 멀어질 수밖에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50대 중반에 골프를 시작한 이후 재미가 붙은 이 여성은 매일 연습장을 다녔는데 어느 날부터 팔꿈치 통증이 생겼다.
그러나 “안 쓰던 근육을 써서 그렇다. 처음에는 다 그러니 더 열심히 하라”는 연습장 코치의 부추김에 쉼 없이 채를
휘둘렀고, 결국 사람들과 악수하거나 문고리를 돌릴 수 없을 정도로 부상이 악화했다.
동네 병원에서 스테로이드를 맞았지만 약효는 금방 떨어지고 통증만 심해져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한다.
서 교수를 만나 프롤로테라피 치료를 받고 나아진 후 “골프 다시 칠 거냐”는 질문에 그 여성은 손사래를 치며
골프와의 이별을 선언했다.
적당히 욕심을 버려야 골프를 즐겁게 오래 칠 수 있다는 의미다. 골프채를 고를 때도 마찬가지다.
서 교수는 보통 체격의 아마추어라면 레귤러 강도의 그라파이트 샤프트를 추천한다.
나이가 들어서도 젊을 때처럼 장타를 노리고 트리플엑스 스틸 샤프트 등 강한 채를 고집하면
부상을 높여 오히려 거리가 더 안 나가게 된다.
구력 30년의 싱글 골퍼이자 대한골프의학회장인 서경묵 중앙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골프 애호가이지만
“골프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철저한 한 방향 운동인 골프를 오래 치기 위해서는 근력과 지구력 운동을 통해 몸을 만들어 골프 엘보,
손목 통증, 요통 등 부상 위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한다. 중앙대병원 제공
스윙도 어설프게 프로를 따라 하는 것은 위험하다.
최근 스윙은 든든한 하체를 바탕으로 양발 사용을 최소화하고 허리와 상체를 최대한 꼬아 푸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이는 과거 클래식 스윙에 비해 요추부와 골반부에 많은 스트레스를 준다.
특히 평상시 허리가 약하거나 요통 가지고 있는 중년 골퍼라면 반드시 피해야 한다. “스윙할 때는 머리를
고정시키고 우측 어깨가 90도 이상 회전하게 하라”는 교과서적인 가르침을 무조건 맹종할 필요도 없다.
서 교수는 이런 스윙은 50세 이상 골퍼들에게는 무리이니 박인비처럼 팔로 스윙 시 상체가 돌아가면서
목이 약간은 같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도 좋다고 권한다.
“제가 배우던 시기만 해도 골프를 ‘자치기’하듯이 쳤죠. 그냥 힘으로 때리고 밀고…. 요즘은 그렇지 않죠.
골프를 배울 때 자신에게 좋은 자세를 잘 배워야 합니다.
프로선수가 하는 걸 다 따라 하면 안 되죠. 특히 시니어 골퍼는요.”
테니스나 골프 등 운동으로 인한 팔꿈치 부상은 대부분 과사용에 따른 것이다.
병원에서 해주는 치료는 휴식-소염진통제-물리치료 및 마사지-스테로이드-팔꿈치 고정 밴드- 수술 등으로 이어진다.
스테로이드는 부작용이 있고, 밴드는 둔해진다고 환자들이 피하게 되고, 수술 성공률은 60% 이하이니 결국 예방이
답이다. 충분한 스트레칭과 손목, 팔꿈치 등 근육 강화 운동이 중요한 이유다.
최근 골프를 배운 수많은 젊은이가 필드에서 범하는 ‘부상 유발’ 행동도 서 교수의 눈에는 유난히 많이 들어온다.
“그런 분들이 있어요. 스트레칭 없이 시간 맞춰서 허겁지겁 올라와서 그냥 ‘땅’ 때리고 또 카트 타고 가고….
모든 운동이 웜업과 쿨다운 시스템을 거쳐야 합니다. 골프도 마찬가지예요.”
서 교수는 최근 골프로 인한 부상을 피하는 법을 알려주는 ‘젊어지는 골프’ 개정판을 출간하며
골프장에서 스트레칭도 당부했다. 라운딩 전과 후, 그리고 9홀 지난 후에 꼭 몸을 풀어줄 것을 권했다.
온통 부상 얘기다 보니 골프를 시작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거부감이 생길 만도 하다.
골프 시작하기 전 근육질 몸을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질문에 서 교수는 “스쿼트 같은
하체 운동과 스트레칭만 잘해주는 기본만 지키면 된다”고 웃었다.
◆전반 9홀 끝났다고요? 스트레칭 꼭 하세요!
서경묵 교수가 추천하는 골퍼를 위한 스트레칭
(라운딩 전과 후, 그리고 9홀 돌고 난 후 등 최소 3회 실시)
1. 발바닥, 종아리 근육 및 어깨의 근육을 동시에 풀어주는 스트레칭
- 벽을 등에 대고 팔을 위로 쭉 뻗은 자세로 발뒤꿈치를 벽에 최대한 붙인다.
이때 발뒤꿈치가 바닥에서 떨어지지 않은 채 한쪽 발등을 위로 들어올린다. 양발 교대로 2회 실시한다.
2. 손목 근육 스트레칭
- 앞으로 팔을 뻗은 후 오른쪽, 왼쪽으로 최대한 돌릴 수 있는 데까지 움직이다.
그 상태로 15초 정도 계속하다가 다시 손바닥 부분을 몸쪽으로 향하게 한 후 같은
방법으로 오른쪽, 왼쪽으로 돌려준다.
3. 앞 허벅지 근육과 어깨를 동시에 풀어주는 스트레칭
- 의자의 등받이 바깥면과 등이 마주 보이게 서서 팔로 의자 등받이를 잡고 천천히 무릎을 굽혀 앉는다.
앞 허벅지와 어깨 앞쪽이 타이트한 느낌을 받으면 그 자세에서 15초 머문다. 이 동작 3회 실시하되
무릎 통증 있으면 피한다.
4. 엉덩이 근육과 뒤 허벅지 근육, 허리와 팔목 근육을 동시에 풀어주는 스트레칭
- 가부좌를 하고 깍지 낀 양손의 손바닥을 위로 올리면서 상체는 천천히 앞으로 구부린다.
이 상태에서 15초 머문다. 3회 반복한다.
5. 옆구리 근육과 옆 허벅지 근육을 동시에 풀어주는 스트레칭
- 양팔을 머리 뒤로 겹쳐 잡는다. 이 상태에서 허리를 천천히 돌려 오른쪽 팔꿈치가 왼쪽 발을 향한
자세에서 멈춘 후 15호 머문다. 좌·우측 교대로 2회씩 실시한다.
< 자료:서경묵 교수 ‘젊어지는 골프’>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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