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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도라지꽃

염경수 2018. 1. 29.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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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꽃
 
야우 / 박 영 춘
 
잔인한 세월에 짓밟혀 채 피지 못한 꽃봉오리
비수가 꽂혀 함부로 입 열 수 없는 도라지꽃
으깨진 꽃잎의 원한 달래주지 않으면
너희는 지진해일보다 더 큰 재앙을 받으리라고
앞서간 원혼은 도라지꽃잎에 맺힌 이슬 훔친다
 
가난하고 힘없는 나라지만
지극히 평화로운 심심산골에 태어나
보라색 치마입고 곱게 자라난 도라지꽃
두렵고 벌렁거리는 가슴 짓밟힌 처녀성
더러운 아픔 치떨며 저항해 오다
결국 갈기갈기 찢기고만 도라지꽃
멍울만 남아 고향에 가 꽃필 날만 기다린다
 
도라지꽃이 향기롭게 다시 꽃피는 건
문드러진 진실 새로이 이파리 돋는 건
도라지꽃 자신이 아니라
도라지꽃 앞 알땅에 무릎 꿇어
잘못을 비는 무뎌진 칼날의 진정한 사과이다.
 



출처 : 종소리울리네
글쓴이 : 이종명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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