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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30초의 입술과 30년의 가슴

염경수 2018. 2. 2. 22:56


30초의 입술과 30년의 가슴

 

혀로만 말하지 말고 눈과 표정으로 해라. 비언어적 요소가 언어적 요소 보다 힘이 있다. 입술의 30초가 가슴의 30년이 된다. 나의 말 한 마디가 누군가의 일생을 바꿀 수 있다“.

 

인터넷을 섭렵하다 어느 분이 쓴 이 간단한 글을 읽고 느끼는 바가 많았습니다. 입이 하는 일은 먹는 기능과 말하는 기능으로 대별됩니다. 이중 말하는 기능이 다른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기도 하고 흥하게도 하며, 자신을 깊은 나락의 구덩이로 떨어뜨리기도 하고 기대하지 않았던 행운을 가져 오기도 합니다.

 

흔히 세 뿌리를 조심하라고 말합니다. 입 뿌리, X 뿌리, 발 뿌리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입 뿌리는 말을 조심하라는 경고이고, X 뿌리는 문란한 성생활을 하지 말라는 의미이며, 발 뿌리는 함부로 폭력을 사용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입 뿌리입니다. 한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가 없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 주둥이가 화근이다. 말로 천량 빚을 갚는다. 세치 혀를 조심하라 등등. 예시한 바에서 보는 바와 같이 말의 중요성을 설명한 속담은 엄청 많습니다. 어느 속담이나 세치 혀를 조심하라는 경고이자 교훈입니다. 잘 쓰면 보약이지만 잘못 쓰면 독약이 되는 것이 말입니다.

 

사람에게 입이 하나인 것은 함부로 말하지 말라는 참을성의 의미가 담겨져 있고, 눈이 두 개인 것은 한 쪽 눈으로는 좋은 것을 보고 보기 싫을 때는 한 쪽 눈을 감으라는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이며, 귀가 두 개인 것은 한 쪽 귀로 듣고 듣기 싫은 것은 한 쪽 귀로 흘려보내라는 융통성을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봅니다. 사람이 이 참을성선택융통성에 충실한다면 결코 다툼이나 욕심이나 오해는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약용의 목민심서 중에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이 나옵니다.

털려고 들면 먼지 없는 이 없고 덮으려고 들면 못 덮을 허물이 없으되 누구의 눈에 들기는 힘들어도 그 눈 밖에 나기는 한 순간이더라. 귀가 얇은 자는 그 입 또한 가랑잎처럼 가볍고 귀가 두꺼운 자는 그 입 또한 바위처럼 무거운 법, 생각이 깊은 자여 그대는 남의 말을 내말처럼 하라

 

또한 옛 부터 대대로 전해 오는  "시집갈 때 눈에 꿀칠하여 보지 못하게 하고, 귀를 솜으로 막아 듣지 못하게 하며, 입에 대추를 물려 말하지 못하게 했던 것"도 시집살이에서 남의 언행일랑 듣지도, 보지도, 말하지도 말고 참고 견디라는 친정 부모님의 걱정이 담긴 교훈이었습니다.

 

잘못 뱉어 댄 30초의 험담이 친구의 가슴에 30년 동안 멍울로 남게 되고, 30초의 진정한 사랑 고백이 사랑하는 사람의 가슴에 영원한 행복을 약속하는 연결고리가 되기도 합니다. 신령님께 내 도끼는 쇠도끼라고 진실을 말한 나무꾼이 금도끼와 은도끼까지 얻어 행복하게 살았다는 동화가 생각납니다

 

세익스피어의 줄리어스 시저를 보면 브루투스가 먼저 연단에 올라 논리정연하게 시저의 살해를 정당화하는 연설을 하자 로마시민들은 열광합니다. 하지만 안토니우스가 뒤이어 연단에 올라 차분하게 시저는 야심가가 아니라 외적을 토벌하고 국고를 채우는 등 얼마나 로마를 사랑했는지를 감성으로 호소하자 시민들은 이내 마음을 돌려 안토니우스 만세를 외칩니다. 눈과 눈을, 가슴과 가슴을 마주친 데서 오는 비언어적 요소가 언어적 요소를 이긴 대표적 사례입니다. 30초의 감성호소가 30초의 논리를 물리친 것입니다.

 

정치가를 보고 입으로만 먹고 사는 거짓말쟁이이라는 수식어가 꼬리표처럼 붙습니다. 4.19, 5.16, 촛불혁명 등 혁명이 세 번씩 일어나고 여야가 바뀌어도 거짓으로 공격하고 거짓으로 수비하는 작태는 변하지 않습니다. ‘국회의원이 한강에 빠지면 입만 동동 떠다닌다는 웃지 못 할 농담이 있습니다. 입만 살아 있다는 놀림이지요. 박근혜 전 대통령 밑에서 호가호위했던 친위대들은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 침묵하고 있습니다. 그랬던 그들이 헤어졌다, 합쳤다, 얼굴색 변하지 않고 보수대통합이라는 미명하에 이합집산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건 대 국민 사기극이라는 혐오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정치인들을 야누스의 두 얼굴로 평가합니다. 그게 정치인들의 생존전략인가 봅니다.


촛불혁명이 일어나서 뭔가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만 결과는 과거 캐기와 적폐청산을 외칠 뿐 변화하는 세계조류에 대응하는 미래의 비전이나 전략은 보이지 않습니다. 대통령에서부터 청와대, 정부, 여야, 언론, 노조, 종교인, 시민단체까지 똑같습니다. 이런 정치적 보복은 차후 정권이 바뀌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게 뻔합니다. 국정원에 파견공무원으로 국가의 명령에 충실한 죄 밖에 없는 변호사와 검사가 연이어 자살하는 충격적 비극을 초래했습니다. 도대체 아니 되옵니다하고 직언하는 참모를 볼 수 없습니다. 북한이 ICBM을 쏴대고 한미동맹이 위태로워도 아직 레드라인을 넘지 않았다는 등 정략적 구두선만으로 5천만의 생명을 담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좌진을 증원하고 자신들의 월급을 올리는 데는 여야가 찰떡궁합입니다. 도대체가 국민과 소통하려는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30초만이라도 국민과 소통하려는 진정한 정치인과 집권세력과 야당에 대해 잘잘못을 지적하는 정치인이나 지식인을 보고 싶습니다. 조선조 세종시대의 내시 김처선은 광해군에게 혀가 잘리고 능지처참을 당할 때까지 7대에 걸쳐 주군의 잘못된 처신을 죽음으로 고언 하였습니다. 지금 여당과 청와대에 김처선 같은 참모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모두가 이승만대통령이 방귀를 뀌자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라고 아첨하던 자유당 시절의 L내무장관의 모습만 보입니다.


 


지난 1021일 미국의 생존한 대통령 5명이 허리케인 피해자들을 위한 자선음악회에 나란히 참석한 사진을 보면서 미국이 위대한 이유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화합과 공존을 최우선 가치로 생각하는 미국의 참모습입니다. 입만 가지고 사는 우리나라 정치인들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기는 현실이 한편으로는 울화가 치밀고, 오기와 아집에 가득 찬 정파싸움이 언제 그칠지 모르는 암울한 현실을 보면서 내일의 내 손주 대를 걱정하는 것은 나만의 기우일까요? 30초의 입술로 국민들에게 30년의 비전을 보이는 그런 애국적 구세주가 나타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불현 듯 침묵하는 햄릿보다 행동하는 동키호테가 보고 싶습니다. 지산.(2017. 12. 1)

 



출처 : 종소리울리네
글쓴이 : 이종명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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