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서
그들이 제시한 주의(主義)와 사상(思想)이란 것은 도리어 우리들이 해결하고 가야 할 잡다한 회의(懷疑)와 수많은 과제들을 제기해 놓은데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모든 종교가 어둠 속에서 헤매던 당시대의 많은 심령(心靈)들에게 비춰 주던 소생(蘇生)의 빛은 시대의 흐름과 더불어 어느덧 꺼져 버리고, 이제는 타다 남은 희미한 불똥만이 그들의 잔해를 드러내고 있다. 온 인류의 구원(救援)을 표방하고 2천년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성장하여 오늘날 세계적인 판도를 가지게 된 기독교(基督敎)의 역사 를 들추어 보라. 로마제국의 그 잔학무도(殘虐無道)한 박해 속에서 도 오히려 힘찬 생명의 불길을 던져, 로마인들로 하여금 돌아가신 예수님 앞에 무릎을 꿇게 하였던 기독정신(基督精神)은 그 후에 어떻게 되었는가? 이윽고 중세 봉건사회(中世封建社會)는 기독교를 산 채로 매장해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이 무덤 속에서 새로운 생명을 절규하 는 종교개혁(宗敎改革)의 봉화는 들렸었으나, 이 불길도 격동하는 어 둠의 물결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에클레시아(ecclesia)의 사랑이 꺼지고 자본주의의 재욕(財慾)의 바람이 유럽의 기독교 사회를 휩쓸어 기아(饑餓)에 허덕이는 수많은 서민들이 빈민굴에서 아우성을 칠 때, 그들에 대한 구원의 함성은 하늘이 아닌 땅으로부터 들려 왔던 것이다. 그것이 바로 공산주의(共産主義)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