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서
하나님의 사랑을 부르짖고 나선 기독교가 그 구호만을 남긴 에클레시아의 잔해로 돌아갔을 때,
거기에서 그렇게 무자비한 하나님은 있을 수 없다고 하는 반기가 들렸던 사실은 있을만 하기도 하다.
이렇게 되어 나타난 것이 바로 유물사상(唯物思想)이다.
그리하여 기독교 사회는 유물사상의 온상이 되었다.
공산주의는 이 온상에서 좋은 거름을 흡수하면서 무럭무럭 자랐다.
저들의 실천을 능가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렸고 저들의 이론을 극복할 수 있는 진리를 제시하지
못한 기독교는, 저들이 바로 자기의 품속에서 싹트고 자라서 그 판도를 세계적으로 넓혀 가는 것을
보면서도 속수무책(束手無策)이니 이 어찌 한심스러운 일이 아니겠는가? 그뿐 아니라 온 인류가
한 부모의 후예(後裔)임을 교리로써 가르치고 또 그와 같이 믿고 있는 기독교국가의 바로 그 국민들이
다만 피부의 빛깔이 다름을 인하여 그 형제들과 자리를 같이할 수 없게 된 현실은, 그리스도의 말씀에
대한 실천력을 잃어버리고 회칠한 무덤같이 형식화해 버린 현하(現下)기독교의 실상을 드러내고 있는
그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